LEE, KANG SO 

이강소

 내면적 심연속으로의 유영 - 임영방 / 미학, 미술사

이강소의 작품은 호수의 잔잔한 수면 위에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중성적인 색채와 불분명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작품이 중성적이라 함은 물론 청회색조의 미묘한 색채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느낌이다. 특히 그것은 형태의 부재에서도 그러하지만 색채에 대한 금욕적 절제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휴지상태와 같은 화면처리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중성적인 분위기는 서구의 미니멀리즘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성적 표현의 의도적 제거를 통해 드러나는 차갑고 무기질적인 것과는 그 맥락을 달리한다.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는 적막감을 자아내는 고립과 고요함이며 그래서 형태와 색채가 절제된 이 화면은 새벽 안개에 싸인 자연풍경 앞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경외감과 신비감과 같은 정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작품은 작가가 내면 속에 잠재하고 있는 풍경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의 독특한 서정성을 느끼게 된다. 그의 작품에서 인간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는 없으되 그것은 감성의 완전한 진공상태나 혹은 공백이 아니라 오히려 풍부한 감성의 기록이자 표현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자유로움 속에 나타나는 질서와 균형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의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형상이라고는 배와 오리뿐이다. 그것조차 완전한 형태로 재현된 것이 아니라 마치 얼버무리듯 즉흥적으로 그려져 있거나 흑은 이 두 형상을 암시하는 최소한의 표지만을 드러내고자하는 극단적인 자기억제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작풍의 신비감은 더욱 고조된다. 애써 그리거나 꾸미려 하지 않는 그 자유로운 작업방식이 동양적 미덕을 떠올리게 유도하기도 한다. 
일면 간결하지만 엷은 붓질로 충만된 화면은 물의 투명성과 그것에 동화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큰 붓으로 대담하고 거칠게 그려낸 한 척의 배가 마치 유령처럼 중성적인 화 면 공간의 가장자리로부터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거나 흑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가 하면, 날렵하고 재빠른 붓질에 의해 그려진 오리가 그 수면 위를 유영하기도 한다. 배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그것을 통해 인간의 그림자에 대해 유추할 수 있다. 즉 이 배는 작품 속의 공 간이 인간의 존가를 배제해 버린 원시적 자연이거나 절대 고립의 상태가 아니라 언젠가 인 간의 발길이 닿았고 또 그들에 의해 가꿔질 공간이란 점을 상상하게 된다. 여기에서 인간의 출현은 단지 유보되거나 흑은 배의 형상이 인간의 현존을 상징한다. 
특이하게도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특징들이 그의 그림을 시적인 것으로 만드는 주된 요인인 것 같다. 즉 그의 작품은 언어가 절제된 짧고 명료하며 음악적 율동이 넘쳐나는 서정시에서 느낄 수 있는 미적 쾌감과 같은 것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 속으로 흐르는 물결을 타고 사물들 또한 흘러간다. 그것은 합리적 이성이 미칠 수 없는 초월적 공간 속으로의 여행일 수도 있고 또는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적, 내면적 무한공간 속으로의 진입을 예비하는 출발일 수도 있다. 
최근 그의 작업은 더욱 즉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마치 자동기술법에 이끌려 무심한 상태에서 넓은 갈필로 휘갈겨 놓은 듯한 작품은 호수의 잔잔함이 폭포의 소용돌이와 굽이치는 격랑으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 이 격정적인 붓질의 긴장감이 지배하고 있는 화면 모서리의 한 켠에 역시 활달하고 재빠른 필치로 그려진 한 마리의 오리가 있으며, 이것으로 말미암아 화면 속에서 운동하는 거친 붓질이 물의 표상이란 사실을 지각하게 된다. 만약 화면 어느 한 켠에 이토록 적절한 형상이 그려지지 않았다면 이 그림은 즉흥적인 감정의 발산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격렬한 붓질이 자아내는 긴장된 운동감에도 불구하고 오리의 형상은 평화롭고 유유자적하기 때문에 이 동물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별한 애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회화와 더불어 이강소의 조각작업 또한 의식과 행위의 자유로움과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마치 두부를 썰어 쌓아올린 듯한 그의 입체작풍은 중력에 의해 자연적으로 변형되는 흙의 변형을 내버려둠으로써 작가의 의지에 의해 가공되는 입체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현격하게 다른 시각적 충격을 유발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침식과 융기를 거듭한 퇴적층을 연상시키는 이 조각은 브론즈로 주조됨으로써 또 하나의 색다른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형태를 만들되 다듬지 않고, 작가가 가하는 물리적 반응이라고는 흙을 빚어 쌓거나 덩어리들을 연결하는 행위에 불과하며, 작품의 상당 부분은 시간과 원재료인 흙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기운동에 의해 완성된다. 
이 또한 그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동기술적인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 비교적 단순하게 만들어진 작은 배가 앙징스립게 놓여짐으로써 이 입체물들의 군집은 하나의 풍경이 되며,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공간은 호수나 강이 된다. 결국 배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단순한 형태의 입체물들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섬이나 바위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융기하여 돌출되기도 하고 바닥에 가라앉기도 하며 그저 그렇게 일정한 고안을 점유하고 있다. 마치 그의 회화가 자유로운 표현의지에 지탱하여 완성되듯 조각 역시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한 가운데 형성되고 있다. 이런 점들이 그의 작품을 세련되지만 소박하고, 비어있지만 충만된 자유의 공간 속으로 인도하는 요인일 것이다. 그는 그 자유의 공간을 거니는 한 사람의 여행자이며 산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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