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 YONG JIN

황용진

현대적 낭만성 / 오병욱(미술평론) 
I. 아름답거나 이상적인 형태, 조화롭고, 균형잡힌 구도로 제작된 작품은 19세기에 이미 조금 씩 그 자리를 야성적이고, 끔직하고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시작했 다. 1789년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그리스와 로마의 공화정을 모델로 하여 새로운 이상 세계를 꿈꾸던 계몽주의자들은 혁명의 실패와 유럽 해방전쟁(유럽 정복)을 일으킨 나폴레옹 의 대두로 원대한 희망의 좌절을 겪었고, 이후 극도의 염세주의 성향을 갖게 된다. 그러한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그리스와 로마 미술을 본받는 신고전주의와 같은 미술양식은 알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급속하게 낭만주의로 경도하게 된다.
이는 고전적 이상, 정형적 규준보다 개인적 창조성,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미술양식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미물에 불과한 인간 혹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아무런 의지나 희망도 관철시킬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 혹은 그 불가항력에 희생된 인간들이 낭만주의자들의 주된 소재가 되며, 이들은 끔찍하게 변형되고, 어둠속에 묻힌 모습으로 표현된다. 윌리암 터너, 고 야, 드라크로와 등으로 대표되는 19세기의 낭만주의자들은 20세기에 그들의 후손을 갖는데, 프란시스 베이컨, 벨리코빅 등의 화가들과 베겨트, 이오네스꼬와 같은 희곡작가들이다. 이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전자가 역사적, 사회적 염세주의자들이라 한다면, 후자는 개인적인 소 외를 겪는 비관주의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가 범유럽적인 사건들을 소재로 삼았다면, 후 자는 내적이고 개인적인 사건들에 집중한다.
현대인에 대한 실망, 불신 등이 소재가 되고, 이는 심리적 투사라는 방법을 통해 화면에 정착된다.
황용진의 작품들이 담고 있는 내용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 있다. 인간에 대한 실망은 그에게 순수하지 않은 만남, 상호간의 보이지 않는 투쟁, 음모, 불신상태에서의 사랑과 대화, 갈등과 증오로 나타난다.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이 암담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희망 혹은 비젼의 제시는 전혀 없다.(누가 비젼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그는 인간을 더없이 나약하고 왜소한 존재로 표현한다. 힛치콕크 감독의 <새>에서 인간들이 새라는 미물들의 집단에 공격받고 공포에 떨 듯이, 황용진의 인물들도 붕어나 개구리에게 공격당하거나, 그들로 인한 공포에 질려 있다.
이러한 상황이나 공포는 개인화 된 것이며, 심리적 투사를 통해 표현된다. 황용진은 "화면 에 담겨진 인간의 형상은 나 자신의 대체물이기도 하다"고 하며, 이는 곧 그의 작품이 자신 의 삶과 사고의 육화(肉化)라는 것을 밝힌다. 그의 삶과 사고는 환상적이고, 거칠고, 간략한 기호로 전환되고, 그의 자유로운 상상속에서 자유롭게 뒤섞이고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의 작품속에서 현실에 대한 짙은 역설, 폭력성의 고발, 공포와 순수함에의 동경 등을 뒤섞인 현실과 환상의 혼란으로부터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근작들에서는 그의 주제가 보다 깊이 천착되기보다는 새로운 재료가 도입되고 또 어느 정도 다듬어지고 푹신한 형상이 등장 되어서 주제의 상실 혹은 약화가 느껴진다. 이것을 황용진이 애초에 가졌던 표현 대상과 내 용으로부터의 이탈의 시작, 관념과 작품의 분리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II. 드라크로와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외에 이집트와 앗시리아 미술의 독창성을 인정한다. 즉, 다양한 종류의 미를 인정하는 것이다. 미란 결코 하나의 유파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그는 신고전주의를 어색함과 가식이 지배적인 양식, 시대를 벗어난 퇴보적인 화풍이 라 공격한다. "모델의 조형적 특징을 표현할 줄 아는 타고난 초상화가 다비드보다는 진짜 주검, 진짜 열병환자들을 대담하게 표현한 그로(Gros)"를 더 평가한다.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수법과 결국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내용이 다른 만큼, 수법도 창조적 이어야 하며, 과거의 거장들은 각기 남다름으로 완전함에 도달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켈 란젤로는 왜곡으로, 베로네제는 색채를 통하여, 뮤릴로는 서민적인 분위기로, 뿌쎈은 고귀함 으로, 루벤스는 생명감으로, 콘스타블은 색조로서 완벽함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관념과 제작방법의 일치를 통해서 예술은 종교나 문학에 봉사하기보다는 그 자체 속에 목적을 지니게 되며, 또한 예술가의 개성과 독창성과 제작방법이 동일시된다. 이는 나아가 주제의 해석보다는 개성적 표현의 우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셀 수 없이 많은 유파의 발생은 이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며, 작품의 해설은 개개의 화가들이 어떻게 하나의 개성을 독창적이고 대담한 기법을 통해서 표현했는가를 관람객에게도 느낄 수 있게 하는데 바쳐지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예술가는 자신의 기질에 맞는 주제를 선택해야 하고, 자기 나름의 표현방법을 통해서 제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쎄잔의 입방체들, 고호의 짧게 끊어진 철사와 같은 선(線), 피카소와 브락끄의 산산히 조각난 거울같은 화면, 슈나벨의 쓰레기 더미같은 깨진 접시들, 키퍼의 거칠게 집적된 물감층, 따피에스의 유치한 형상들이 그들 각각의 일관성있는 언어이며, 개성적 양식이며, 다른 어떤 것으로도 번역될 수 없는 독특한 조형언어이다. 황용진은 이번 전시회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우선 그는 동판(銅板)을 도입했다. 화포와 물 감만을 사용할 때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창조를 목적했다 한다. 이는 주제를 중심으로 제 작하던 과거와 관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제작하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즉 이제 주제를 밑으 로 숨기고, 사용 재료의 실체에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주제를 설명적으로 묘사하 던 형상들은 조금씩 완화시키거나, 변형시키며, 이에 재미있는 형상들을 더해 나가기도 한 다. 그는 이 변화의 이유를 과거의 작품들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폭력작가처럼 인식된 것에 대한 반발에서 찾기도 하고, 또한 너무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인 표현이 관객에서 더 풍부한 내용을 전해 주고 상상력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혹시 그의 단순한 형상들이 세계와 사회에 관한 애초의 그의 주목점을 조형화 한다기 보다는, 최근 유행하는 깔대기, 십자가, 지팡이 등등의 단순한 기호들로 채워진 유행미술로 오해될 위험성은 없는가? 아니, 반대로 그러한 오해 때문에 그의 관념과 작품의 분리를 보게 되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그의 출발점이 유행을 따르는 작가들과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동안 그는 인간에 대한 사회에 대해 보다 높은 밀도와 질과 독창성을 가지고 남다르게 느끼며, 삶에 대한 더 풍부한 반향을 가지고 제작하여 왔다. 비슷한 그림을, 유행 양식속에 있으면서도 그의 작품들에서 다른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은 여기까지 도달해온 그의 과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의 예술체계에 빠져들거나, 그 안으로 도피하지 않았으며, 반대로 인간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어 오면서 그의 형상들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근작들에서 보이는 새로운 재료의 도입과 형상들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근작들에서 보이는 새로운 재료의 도입과 형상들을 이용한 조형실험은 관념과 작품의 분리라기보다는 그의 영역의 확장가능성의 타진으로 보여지게 한다. 이 점이 그의 제 4회 개인전이 지금까지 작업을 이끌어온 그의 관념을 더욱 고양시키고, 그 관념의 독창적인 육화의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현대적 낭만성 / 오병욱(미술평론) 
내향적 응시에서 외향적 투사(投射)로의 전이(轉移) /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본다"는 것과 "보인다"는 것 / 최태만(미술평론)
두 가지 풍경의 모습 / 김성원(미술평론)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문명에 대한 한 "인간"의 이야기 /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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