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YOUNG HEE

유영희

 드로잉의 유희 - 윤문선, 갤러리SP 큐레이터

오늘날, 최신 장비와 신기술로 무장한 초대형의 설치작품이 미술관의 전시실을 차지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현대미술의 미덕이라도 되는 듯 새로운 매체와 기술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술이 첨단 과학과 접목을 시도함으로써 매체적 한계는 거부되고, 그 표현영역과 표현방식이 점점 더 확장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물감 냄새나는 평면의 회화는 작가와 관람자에게 유효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움에 대한 욕망과 열정은 쉽게 타오른 만큼 쉽게 사그라들 수도 있는 것이지만, 회화에 대한 아날로그적 욕망은 우리 마음 깊숙이에 자리잡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영희는 이러한 회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가는 작가 중 한명이다.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선의 율동을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대상의 재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리기’라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제시한다. 또한 추상성과 표현성이 조화된 화면은 평면성을 환기시켜줌으로써 회화라는 매체의 속성을 순수하게 드러낸다. 

유영희의 작업을 이해함에 있어서 크게 두가지의 중요한 요소를 들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선(線)이다. 그는 사전에 계획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선보다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자율적인 선을 사용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 대상의 재현이나 밑그림과 같은 기능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선은 굵기나 속도의 변화, 겹침, 반복 등을 통해 생명력 있는 율동감을 표현한다. 이러한 선의 율동은 난무하지 않고 자유로움 속에 질서를 갖추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는 통제가 없는 것이 아닌 ‘의식의 조정을 거치는 자발성의 표현방법’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색의 선들로 구성된 화면이 어떠한 형상을 제시하기보다는 색의 자유로운 율동을 표현하게 됨으로써, 작가의 작품은 묘사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 독특한 화면을 구축해 내고 있다. ‘아무것도 환기시키지 않음으로써, 회화 자체의 내적 구조에 주목하게 된다.’는 모더니즘적 해석에 입각하면, 작가의 드로잉은 ‘무엇에 대한 진술’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그 자체의 자족성과 완결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이 자율적이고 자기완결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고 하겠다.

선과 함께 유영희의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그리드(Grid)이다. 그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그리드는 한계와 구속의 의미라기보다는 화면 전체에 질서를 부여하는 요소로 작품 안에 녹아든다.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볼 때, 어느 순간 창틀을 의식하지 않고 풍경 자체에 몰입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 분할된 면과 면에 집중하여 부분의 집합으로써 전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나믹하게 진동하는 무수한 선의 유희를 전체적 풍경으로써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이러한 그리드는 접혀져 있던 종이를 펼쳤을 때 생긴 흔적의 흐름을 따라 드로잉 선을 그어본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즉, 계획된 분할이나 조작적인 화면의 구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성의 도입으로 그는 작품에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데, 하나하나의 단위가 자립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 조화를 보이고 있다. 그는 무한정의 요소?감성의 요소?외적인 요소로서 수평을 사용하고, 안정의 요소?감정의 요소?내적인 요소로서 수직을 사용함으로써 수평을 지탱한다고 언급했다. 바람 혹은 공기의 흐름이나 냄새, 향기와 같은 흐르는 개념의 수평선과 하나의 대상이 곧게 서 있는 듯한 존재감을 환기시키는 수직선의 조화를 통해 시?공간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관람자에게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유영희의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선’과 ‘그리드’, ‘그리기’와 ‘놀이’에 대한 그의 사유를 지속적으로 심화시켜 나가고 있는 작가는 근작을 통해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된 꽃을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중점적으로 탐구하는 역동적인 선의 리듬과 생명력이 느껴지는 경쾌한 색채의 느낌은 유지하면서 이것에 구체적인 꽃의 형상을 가미하는 것이다. 꽃의 형상이 어우러진 전체 화면은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 같기도 하고, 퍼붓는 빗줄기나 일렁이는 수면의 물결과 같은 특정한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섣불리 그가 대상의 재현을 보다 더 심도 있게 다루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의 화면은 구체적인 풍경을 모방하기 보다는 평면성을 제시하고, 시간과 공간, 자연과 생명 및 우주적 질서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담아내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폴록(Jackson Pollock)은 자신의 드리핑 페인팅(Dripping painting) 기법에 대해 “나 자신은 그렇게 함으로써 회화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폴록의 작업에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로젠버그(Harold Rogenberg)는 화폭이 현실이나 대상을 재현?구성?분해?표현하는 공간이 아니고 행위를 위한 경기장 같다고 언급하며 행위 자체가 그 행위의 결과로 무엇이 그려져 있는가의 문제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역설했는데, 이로써 행위의 회화는 예술과 생활 사이의 구별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즉, 유영희의 많은 작품들이 ‘유희적 드로잉’ 또는 ‘드로잉 놀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처럼 그의 그림은 대상을 재현하고 색으로 칠하는 그림이 아니라 선을 통해 내면적 자신을 표출하고 ‘그린다’는 작가의 유희적 행위를 보여주는 확장된 자아(自我)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s to a Young Poet》에서 사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하여야 합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습니다. 고독한 것은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아마도 내가 알기에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고 다른 모든 행위는 그 준비 과정에 불과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든 일에 초보자이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을 모릅니다. 그러나 배워야 합니다. 모든 존재를 바쳐 외롭고 수줍고 두근대는 가슴으로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은 초기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합일, 조화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의 성숙한 세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릴케의 표현은 유영희의 작업에서 그리드에 의해 만들어진 작은 면과 면이 모여서 이루어내는 하나의 세계를 떠올리게 해준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가는 듯한 선의 율동과 그것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부분들, 그 작은 부분들은 자체적으로 하나의 완결을 보이면서 다른 부분들로 연결되는 흐름을 형성하고 이로써 전체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부분과 부분, 부분과 전체의 하모니는 묘사나 모방의 기능을 벗어난 자율적 순수 드로잉의 유희를 즐기는 작가의 의식과 신체의 연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결국 유영희의 드로잉 유희(Play with drawing)는 주체와 객체, 관람자와 작품 및 작가와 예술 사이의 즐거운 소통이자 생명, 사랑과 같은 근원적 문제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사유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드로잉의 유희 - 윤문선, 갤러리SP 큐레이터

"PLAY WITH DRAWING "/유영희(2004, 작가노트중에서)


 Works Biography Text


PLAY WITH DRAWING - Yoon, Moon Sun, Curator of Gallery SP

Today, a huge installation work with newest equipment and high technology is showed in a museum, and many people research new media and updated technology as if they think it can be a virtue of contemporary art to try various methods for art and integrate high technology with it. Therefore, art can exceed the limit of media and the field of expression as well as the methods of it becomes expanded. However, nostalgia about painted canvas with smells of oil, acrylic and other dyes has an influence both on artists and audiences, because the passion for something new can be burned quickly and disappeared easily, but the analogue desire for traditional paintings lasts constantly.

Young-hee You is one of the artists who inherits the tradition of modern paintings and develop it. Her works aren't for representing real objects, but they display the joy of action in 'drawing' along with brilliant colors and dynamic movement of lines. And her works reveal the character of paintings purely as showing flatness of canvas in which abstraction harmonizes with expression.

The best way to start understanding her works of art is through getting the meanings of two important factors; one is the lines. She takes the lines to follow the natural movement of her body that is primitive and basic without awakening the conscience or reason in order to understand that which is physically not visible, all without the sense of time. The free lines from function of representation and sketch show vital rhythm through the change, variation, overlap, repetition of them. And the canvas maintains order although the lines are liberal, because they are not out of control but they manage themselves consciously in canvas.

The surfaces of her works which are composed of lots of various and colorful lines show natural rhythms, so they can express unique scene without reproduction of real objects and spaces. Concerning the sentence 'modernist painting makes people pay attention just the work, not the illusion on it, by virtue of the frankness with which it declared the surfaces on which it is painted', her drawings are what exist just as they are, not for showing something on them. 

The other important factor is grid. The grid on her works means the element for keeping order of the space on canvas, not for defining the boundary or restricting the surface. When we look out a scenery over the window, we suddenly found we cannot recognize the obstacle between the scene and us. As the example, we don't concentrate the partition and grid, and neither we see each part of the separated surface divided by grid. In other works, we can understand the whole picture in which dynamic lines are overflowing with pleasurable activities. 

Next she flattens many shapes which form into a square and organizes them in both horizontal and vertical directions. She previously presented this idea in her thesis as follows:

"The element of infinity, and the element of senses-the elements of the exterior-are incorporated into the horizontal while the vertical that supports the horizontal incorporates the inner elements of stability and emotions. The horizontal direction denotes concepts that flow such as the horizons of the water and the land, the waves and the wind where as the vertical represents standing people, buildings and mountains, the concept of 'existence'. In sum, when the vertical and horizontal directions coexist, the whole universe exists."

Young-hee You is keeping her researches for 'lines', 'grid' and 'play with drawing', and she shows cheerful canvas with diverse colorful flowers as well as dynamic rhythm from free lines. The canvas of her work in which lines and brilliant colors enjoy the freedom is the place containing the philosophy of her about time, space and universal order.

Jackson Pollock said about his 'dripping painting' that he felt himself had become a part of his painting through it. Harold Rogenberg, who named Pollock's ways 'Action painting' for the first time, said "At a certain moment the canvas began to appear to one American painter after another as an arena in which to act-rather than as a space in which to reproduce, redesign, analyse or 'express' an object, actual or imagined. What was to go on the canvas was not a picture but an event. (…) What matters always is the revelation contained in the act. It is to be taken for granted that in the final effect, the image, whatever be or be no in it, will be a tension."(Harold Rosenberg, "American Action Painters",1952) As he said, "The new painting has broken down every distinction between art and life."

Most titles of Young-hee You's works are 'Play with Drawing'. That means her works are not the painted canvases representing any objects but herself, the expanded individual artist, as they reveal her mind and thought by the lines on them and show just her action in playing with drawing.

Rainer Maria Rilke(1875~1926) defined 'love' in his book《Letters to a Young Poet》 as follows:

"Most people have (with the help of conventions) turned their solutions toward what is easy and toward the easiest side of the easy; but it is clear that we must trust in what is difficult; everything alive trusts in it, everything in Nature grows and defends itself any way it can and is spontaneously itself, tries to be itself at all costs and against all opposition. We know little, but that we must trust in what is difficult is a certainty that will never abandon us; it is good to be solitary, for solitude is difficult; that something is difficult must be one more reason for us to do it. 

It is also good to love: because love is difficult. For one human being to love another human being: that is perhaps the most difficult task that has been entrusted to us, the ultimate task, the final test and proof, the work for which all other work is merely preparation. That is why young people, who are beginners in everything, are not yet capable of love: it is something they must learn. With their whole being, with all their forces, gathered around their solitary, anxious, upward-beating heart, they must learn to love. But learning-time is always a long, secluded time ahead and far on into life, is - ; solitude, a heightened and deepened kind of aloneness for the person who loves. Loving does not at first mean merging, surrendering, and uniting with another person (for what would a union be of two people who are unclarified, unfinished, and still incoherent - ?), it is a high inducement for the individual to ripen, to become something in himself, to become world, to become world in himself for the sake of another person(…)"

According to Rilke, people must make themselves ripen for qualification to love someone, which reminds a world in Young-hee You's work constructed with small parts of surfaces divided by grid. And lines' rhythm following the movement of body, the surface and parts organized with them, and the parts themselves show completion and establish the flows on the whole surface. Then, the space of her work get in harmony. This shows herself like her thought as well as expanded body which is playing with drawing and enjoying the action. In conclusion, Young-hee You's 'play with drawing' is the pleasurable communication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bject, audiences and the artist and art and her. And it also expresses the philosophy through continuous studies about the essential themes including life and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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